2024, Printed World /* NORMAL */

Printed World, 2023 ~

· artist statement

#1

전시는 미술의 감각 가능한 현상이다. 관람자는 전시가 지시하는 바에 따르거나 자신의 소신대로 공간을 점유하며 미술을 소비한다. 전시를 관람하는 일은 예정된 순서를 따라 이루어지거나, 다소 그렇지 않거나, 어쩌면 애초에 경험되지 않을 수도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의 상태에 있다. 전시는 관람자가 미술의 규율과 틀 안에 쌓아 올린 공든 탑을 자유롭게 감각하기를 허용하지만 예정된 기간 이후 영원히 사라짐을 예비한다.

하지만 전시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기를 거부한다. 전시는 전시장 리셉션 데스크에 비치된 작품 배치도에서부터 브로셔, 설명집, 엽서, 포스터 따위의 출력물들을 통해 자신의 일부를 떼어내 종이의 면면에 가두길 자처한다. 미술은 전시를 통과해 여과된 현상의 이미지 파편들을 종이에 흩뿌리고 엮어내 고정함으로써 출력물에 물리적 증거물의 지위를 부여한다. 전시는 '출력된 세계 Printed World'에서 영원하다. 그리고 나는 수렵하듯 그들을 그러모아 기어이 집안으로 들이는 일을 수년에 걸쳐 반복해 온 것이다.

미술적 사건의 증거를 수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습관은 전시 경험을 둘러싼 심상과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도달한다. 전시 출력물은 수집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이따금 미술 주변에 존재했던 것을 소환하는 기억의 매개로 기능한다. '출력된 세계 Printed World'는 미술적 해프닝을 기념하는 본분을 잊지 않으면서도 일종의 파운드 푸티지 found footage처럼 사실은 그것과 무관한 시공의 사건 표면에 가서 달라붙는다. 본래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무관한 존재를 상상하게 하고 낯선 풍경에 당도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출력된 세계 Printed World'는 미술적 사건의 증거로서의 역할을 벗어나 독립된 실체로 거듭난다. 나는 여느 피사체를 마주하듯 '출력된 세계 Printed World' 속 존재에 다가가 그들을 바라보고 선별하여 재현 범위를 구획한다. '출력된 세계 Printed World'에 시선을 밀착할수록 망점의 패턴과 색상 따위의 이미지 구성요소의 규칙적 배열은 가시화된다. '출력된 세계 Printed World'는 스스로 '출력된 Printed' 세계임을 충실히 드러냄으로써 '독립된 Independent' 세계의 장면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