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ROUNDINGS, 2017
· artist statement
도시의 거리를 걷다보면 형태나 구조로는 특정할 수 없는 묘한 존재를 마주하곤 한다. 예컨데 반쯤 찢겨져 나간 양념통, 빗물에 일그러져 뒤엉킨 목재 의자 한쌍, 미술관에나 있을 법한 거대 스티로폼 더미, 절묘하게 쪼개져 배열된 벽돌 따위의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들은 다소 인위적인 도시의 잔재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유하고 있다가 우연하고 절묘한 기회로 도시인들과 조우한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 사라지거나 대체되어도 그 누구도 알 길이 없기에 그저 얄팍한 존재의 표상일 뿐이기도 하다. 그들 각자는 나름의 작고 고유한 역사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도시를 점유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볼품없는 부산물에 불과한 존재로 쉬이 여겨지는 것이다.
<주변물 SURROUNDINGS>은 도시풍경에서 우연히 포착한 잔재를 재구성하여 정물의 지위를 부여하는 사진 프로젝트이다. 나는 여느 도시의 주변, 어느 구석탱이에서 마주할 법한 사물 일체를 ‘주변물’로 명명하고 정물의 지위를 부여해 이미지의 전면에 배치했다. 선별된 주변물은 인위적인 재배치와 형태적 재가공을 거쳐 필수요소만 남긴다. 단순화된 형태로 치환된 주변물은 얇은 종이 접착물의 실재로 구축되어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가볍고 얄팍한 물리적 속성을 부여받는다. 피사체로써 최소한의 자격을 가지게된 주변물은 사진이미지로 고정됨으로써 유의미한 존재의 증거로 기록된다.
광학적 왜곡과 흠결을 지워내는 세심한 표면가공을 거쳐 주변물은 되려 이상적인 조형성을 획득한다. 주변물은 실재에서 입체로, 다시 평면 이미지로 치환되는 과정을 거치며 ‘조악하고 무너지기 쉬운 물성’과 ‘매끈하고 불가결한 정물’이라는 모순된 시각적 불일치를 만들어낸다. 상이한 시각언어의 충돌을 유발하고 이미지를 판단하는 준거를 교란하도록 고안된 프레임 속에서 정물의 지위를 부여받은 주변물은 작품의 형태로 다시금 도시인과 조우한다. 주변물은 도시경험에 대한 비관이나 허무와 같은 개인적 소회를 들어낸 무위적 재현의 회색지대에 와서야 두터운 존재감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