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nt’ take my eyes off you ≫

Onui Book & Shop, Changwon, Korea

July 6, 2022 – July 31, 2022

전시소개

김태현은 사진기를 성실한 재현을 수행하는 조력자임과 동시에 이미지를 특정한 의미에 가두는 차가운 기계로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이루고 있는 두 프로젝트의 상이한 사진적 표현방식에서 드러난다. 먼저 <스퀘어씬 Square Scene>은 작가가 불특정한 거리에서 마주한 대상을 있는 그대로의 장면으로 기록한 사진 연작이다. 작가는 대상과 얼마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시선이 머물다 간 장소의 구체적 증거물인 정방형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그에 비해 <우리 사이 거리를 봐 Look at the gap between us>는 디지털 이미지가 변형되는 절차상 의미 부여에 중점을 둔다. 디지털 원재료로부터 떼어낸 이미지의 환영을 왜곡하고 정박하는 일련의 과정은 사진적 재현이라기보다는 계산된 알고리즘에 가깝다. 다만 작가는 시선이 접촉하는 어느 곳에서든 모종의 의미가 발생한다는 점을 견지한다. 작가에게 사진기로-본다는-것의 의미는 감각이 선행되는 자동반사이면서도 직관이 발산되는 무대장치이다. 따라서 전시명 ≪Can’t take my eyes off you≫는 작가가 접촉한 시선으로부터 떼어낼 수 없는 주목에 대한 양가적 표현방식을 통과하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노트

<스퀘어씬 Square Scene>은 2018년부터 이어온 기록사진 프로젝트이다. 디지털 사진에서 흔적처럼 남아있는 현실감을 정방형 프레임에 장면을 재단하는 행위에서 찾고자 한다. 정방형 프레임으로 통일된 사진 이미지는 인스타그램의 유저 인터페이스에 맞추어 사진의 양옆을 잘라내는 습관적인 편집 방식에서 기인한다. 장면을 인지하고 셔터를 누르는 시점에서부터 정방형 프레임은 이미지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이자 조형적 판단의 기준이 된다. 셔터를 누르기 전 파인더에 가상의 안내선을 긋고 장면이 프레임에 적절히 들어차도록 배치하는 반복적인 과정은 습관적인 수행에 가깝다. 정방형 프레임은 무작위로 마주하는 현실 속에서 주목하려는 대상과 장면에 대한 선택의 기준이 된다. <우리 사이 거리를 봐 Look at the gap between us >는 2022년부터 진행 중인 디지털 아카이브 이미지 프로젝트이다. 본 프로젝트는 전 지구적 팬데믹의 발발을 전후하여 다수의 서구 미술관을 중심으로 시작된 Open Access*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개별 작업을 이루는 이미지는 별달리 완고한 기준 없이, 즉각적인 인상 혹은 환영적 끌림에 의해 채택된다. 수집된 이미지는 디지털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다소간 변형이 가해지면서 원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다. 본래 작품의 이미지가 지시하는 바와 단절되어 재제작된 디지털 원판은 얇은 사무용지 표면에 가까스로 안착한다. 이미지는 다시금 현미경적 근접촬영으로 입자단위에서부터 가시화되며 원본성에 교묘한 훼손이 가해진다. 이미지 판단 과정에서 의도된 지체는 이미지와 우리 사이의 거리를 벌리고 잠시간 가벼운 응시를 제안한다.

* 온라인으로 배포된 창작물의 재가공/재사용을 허용하는 등 전적인 사용권리를 제공하는 원칙 혹은 그러한 움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