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nam Arts Center, Changwon, Korea
July 4 – 16, 2023
≪ 단초전,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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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작업의 변화는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개인적인 경험, 작품에 대한 피드백, 반복적인 작업 과정이나 작업 환경의 변화, 그리고 개인 성장에 이르기까지. 작업의 변화를 야기하는 계기는 예술가마다 다양하며 작품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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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는 참여 작가들이 작업을 지속하면서 자신의 작업의 변화를 이끌어 낸 단초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숙고하는 과정에서 시작했다. 작가는 지나간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작업을 살펴보고 작품에 나타난 변화의 맥락을 파악해 본다. 그렇게 작품 세계의 변화를 읽는 과정을 통해 작업 전반을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게 된다. 참여 작가는 현재 전개하고 있는 작업을 소개하면서 지난 작업과의 차이점을 탐색해 보고 그 결과를 함께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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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초전은 창원청년작가 모임 ‘사림153’의 첫 번째 정기전이다. 단체 정기전을 준비하면서 정기전의 필요와 의미에 대해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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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들이 작품 활동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공통된 과제를 통해 본인의 작업관을 재인식해 보는 것, 더 나아가 그 결과를 공유하면서 역량이 강화되기를 바란다. 회원 모두가 공유하는 출품 형식을 정하고 이에 맞춰 전시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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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호 이내의 최근 작품 1점
2. 단초에 대한 내용을 A4(210*297mm)에 자유롭게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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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본인의 작품과 그 단초는 매 해 정기적으로 진행되며, 전시기록물은 작가 개인의 작업 변화와 창원청년작가에 대한 기록물로 활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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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Dotted
도시의 사람들은 성실하다. 도시인들의 반복된 일과와 규칙의 수행은 그들의 전형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이따금 사진에 기록된 그들에게서 선명한 존재의 증거력과 함께 강한 불명료함을 함께 느끼곤 한다. 나는 이것을 광학적 재현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존재의 환영 또는 미지로 느끼는 것이다.
Dotted는 재현된 도시 존재에 대한 이중적인 인식을 이미지의 절차적 열화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프로젝트이다. 잔상처럼 중첩된 이미지, 과도하게 부각된 잉크 입자, 반사를 유발하는 레진 코팅 따위와 같은 감상의 방해물들은 정확한 재현이나 편리한 인식에 반하는 행위이면서 실재와 재현 사이의 접촉 불가능성을 드러내는 표현의 방식이다.
따라서 Dotted의 전면에 드러난 ‘점이 된 존재를 Dotted Beings’ 은 광학적 재현으로 가당기에는 도무지 설정하기 힘든, 비가시성을 내포하는 실재적 존재, 도시 사람들에 대한 비유라고 할 수 있다.
Scared
서울역 노숙인의 사진이었다. 그는 대낮의 공도에서 헬멧을 쓴 채였으므로 저 멀리서부터 같은 공간의 그 어떤 행인들보다도 눈길이 갔던 터다. 가여운 재현으로 그의 우여곡절이나 잔혹한 현실을 보여줄 의도는 진작에 없었다. 단지 그를 발견한 시점에 그의 윤기 나는 플라스틱제 헬멧 뒤 수직선 상에 태양이 떠 있었을 뿐으로, 그로 인해 발생한 색상의 산란과 자연히 희뿌옇게 처리된 안면의 윤곽이 기록의 욕구를 불러일으켰으리라. 카메라가 서둘러 캡처한 이미지들을 화면상에 성실하게 출력해 내는 사이 그의 실재가 내 얼굴 바로 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는 내게 한동안 무슨 말들을 쏘아댔지만 화면을 뚫고 나온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역시나 사진 밖에 있는 그에게 나는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